자공공아카데미 1기
자공공아카데미 1기
날짜
2012년 10월 31일
장소
하자허브 203호




2012 자공공 아카데미를 시작하며

참으로 난감한 시대입니다.
그간 시장에서 고연봉을 받고 기꺼이 머슴 노릇을 하던 ‘성공한’ 사람도
시민사회나 대안운동의 장에서 뼈 빠지게 헌신했던 사람도
붕괴하는 근대 체제를 일찌감치 눈치 채고 도망 다니던 사람도
다 난감함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는 시대,
보이지 않는 힘이 생사여탈권을 갖는 미시적 관리질서의 시대,
이른바 '생명정치(bio-politics)‘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주민들을 이기고 지는 개별 게임으로 몰아넣는
이 약육강식 사회는 점점 난감해지고 있습니다.
소통, 우정, 환대, 단골, 사회적 경제, 마을 만들기 등의 단어들에
솔깃 귀 기울이게 되는 것도, 우리가 바로 그 막다른 절벽 앞에 서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를 보호하고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시공간을 다시 열어갈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하자센터는 ‘허브’라는 새로운 만남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청년들을 만날 준비를 하였습니다.
‘자공공’ 아카데미가 바로 그 자리입니다.

‘자공공’이란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의 줄임말로
“스스로 돕고, 서로를 돕고, 공공을 돕는다”는 말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나
대안교육계에서 강조해온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는 모토도
자조와 공조의 중요성을 말해왔습니다.
스스로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서로를 돕는 것임을 깨닫고,
이를 공조(公助)의 원리와 연결 할 때
지속가능한 공동체적 삶, 새로운 거버넌스가 출현하리라는 의미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시대 상황을
온몸으로 자각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공공 아카데미는 바로 그 느낌의 공유에서 시작합니다.
난감함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삶’을 상상하고 새로운 몸과 마을을 만들어가는 자리,
그 과정이 세상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길임을 알아차린 이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그는 지금 이직을 준비하는 30대 일 수 있고,
근대의 한 사이클을 돌아본 50대 은퇴자일 수도 있습니다.
조숙하다면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일수도 있을 테지요.

각자가 살아온 삶의 장을 떠나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절된 삶의 영역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상생의 장을 열어가는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시장과 공공, 공공과 시민사회간의 막힌 물꼬를 트고 세대간·성별간 막힘을 뚫어가는 일,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회의를 소집하여 지혜를 모아내는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입법가적/기업가적 주체에서 벗어나 돌보는 주체가 되어 자신과 사회를 성숙하게 하는 일,
무대 위의 주역이 되기보다는 무대를 새로 만들어내는 일,
사회를 위한 ‘머슴 일’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알아가자는 말이지요.

개인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관계의 기록과 공유의 기록을 이야기하고
잔머리를 굴리기보다 일하는 몸을 만들어가고
하나에 특출한 능력을 키우기보다 소통과 화통의 장을 만드는 것을 해보려 합니다.
다양한 생각과 구상, 실천이 매개되는 장소를 마련하고
이를 통한 신뢰 사회의 터전을 만드는 일을 익혀갈 것입니다.
그래서 자공공 아카데미 1기의 또 다른 이름을 “공간과 사회 큐레이터 학교”라 붙였습니다.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를 큐레이팅하는 일에
마음과 몸이 열리는 듯 느낀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이 학교에서는 발제하는 분도, 토론을 할 분도,
참견하는 분도, 수강생도, 담임도 모두 다 학생입니다.
배움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다시 '배우고 때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의 세계를 열어보려는
연찬의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수강생으로 오셔도 좋고, 곁불 쬐는 학생으로 오셔도 좋습니다.
다 함께 즐거운 시간에 빠져 봅시다.

2012년 10월 20일

1기 담임 조한혜정(하자마을 주민, 연세대) 전효관(하자센터장)

■ 참견 : 정철(하자자전거공방장), 박활민 (하자목공방장), 김희옥(하자작업장학교장), 황윤옥(하자네트워크학교 코디네이터),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 조문영(연세대 문화인류학), 나윤경(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 조교 : 문보미, 이윤주(하자센터 허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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