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토크] 사람책 소개_ 박준석
[커리어토크] 사람책 소개_ 박준석
날짜
2011년 02월 02일
장소
하자




사람책이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박준석
문학평론가.
남쪽 항구 도시에서 태어나 십대까지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대학 진학을 알리바이 삼아 고향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그때부터 이십여 년 정도 도시에서 지냈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에 복학한 후, 학점이 공정하게 부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일인 시위를 하다가 결국 성적 때문에 학교에서 제적되었습니다. 그후 오랫동안 고시원에서 살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서관에 자주 들러 책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산다는 것은 보통의 존재들이 그렇고 그렇게 사는 것이기에, 짧게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도시)빈민이 (도)시(빈)민이기도 하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려고 했지요. 그러다 몇 년 전에 신춘문예에 응모한 평론이 당선되어서 요즘은 문학평론가라고 불리고 있네요. 이제는 가끔은 글도 쓰는 도시빈민이 된 셈이지요.


지방 소도시에서 10대로 산다는 게 어려웠어요
10대 시절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나 기억하려 해도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무난하게 살아서인지 감수성이 둔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고르자면, 내내 어찌 할 수 없이 곤란한 일이었던 성(性)적 문제 정도? 10대의 성이라는 보편적인 문제가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그다지 힘든 일이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지요. 물론, 힘들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겠지만요. 아마도 문화적인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집과 학교, 같은 거리를 걸어 다녀야 했던 환경,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 자체를 존중받지 못했던 “지방 소도시의 삶”이 그곳에 사는 10대들의 성에 나름 특수한 색을 입힐 수는 있었겠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곤란한 일이었나 말하자면, 참 곤란한 아저씨가 되겠기에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다만, 성적인 문제 그 자체도 힘든 것은 맞지만, 그런 문제를 통해서 “지방 소도시의 삶”의 척박한 환경이란 사실은 더욱 또렷해졌고, 이것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말은 덧붙여도 좋을 것 같아요. 가령, 군대에서의 성, 교도소에서의 성, 수용소에서의 성의 문제들을 상상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랑하면서 살기
삶은 원래 구불구불한 길입니다. 자신이 평탄하게 살았다거나 직선로를 걸어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혹시 잘못 사는 것은 아닌지 물어볼 일이지요. 삶에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늘 경계하는 터라, 제 삶의 전환점이라고 뭔가를 골라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런가 하고 되묻게 될 것 같아요. 10대 언저리의 경험에서 꼽자면, 대학입시 때 일이 기억나네요. 시험지를 받아들고 수학 문제를 막 푸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험 시간은 고작 십여 분이나 남았을까요. 애써 침착하게 땀에 젖은 떨리는 손으로 몇 문제를 풀고 답안지를 뺏기듯 내어야 했습니다. 수학 시험을 망친 것이 왜 삶의 전환점이냐면 그때 처음으로 나 아닌 다른 학생들을 만난 것 같았어요. 나인 채로는 몰랐던 그 친구들을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서야 만나게 된 셈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삶의 또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요. 어떤 만남은 우리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데, 때론 사랑도 그렇습니다. 이 전환점을 통과하면 나도 나를 기억 못하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네요.

저는 앞으로 (커서) 뭐가 될까요?
얼떨결에 문학평론가가 되고, 가끔 문학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는 제게 낯선 곳이라 여전히 새로 이사온 마을을 탐색하듯 둘러보는 중이에요. 이 일(?)을 한 지 몇 년 안 돼서 아직 일을 통한 가치나 보람을 말하는 것은 스스로 우스운 일이 될 것 같고, 대신 그 가치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지점을 말하고 싶어요. 요즘 제가 느끼는 것은 문학과 관련된 이 분야가 꽤 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망해 있거나 조만간 망할 것인데, 인정을 안 하거나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요. 이 망한 동네에서 망한 이후에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이 일을 통한 가치도 보람도 뒤늦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디든 망해 있다는 것은 지금의 한국의 특징이기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고등학생들은 현재 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일’을 통해서 어떤 삶의 의의나 가치를 얻는지, 어떤 보람과 희망을 기대하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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