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토크] 사람책 소개_박정규
[커리어토크] 사람책 소개_박정규
날짜
2011년 02월 02일
장소
하자




사람책이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박정규
하자센터 ‘자전거 공방’에서 근무 중.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군대에 들어가 책 100권을 구입하고, 읽고, 독후감을 썼어요. 그리고 복무 중에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055일 동안 몽골, 중국, 미국, 쿠바, 남미 등을 자전거로 여행하게 되었어요. 세계의 사람들은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서 무작정 떠난 겁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내용을 담은 책을 펴내면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수많은 대학과 기관에서 강연을 하는 한편,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며 저의 경험을 여러 곳에 알렸습니다. 재외동포 한국문화체험 연수를 주관하는 희망나무 INC 대표이사를 하다가 아르헨티나 한국학교 명예 홍보이사로도 활동하면서 아르헨티나 재외동포들의 문화를 홍보하고 있어요. 현재는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과 가까이에서 일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답니다.


부모님의 불화로 엄청 방황했어요
중학교 때까진 정말 하고 싶은 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고등학교는 생각보다 더 좋았지요. 학교실습과 동아리 활동 등을 핑계 삼아 저녁 늦게까지 놀 수 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동양화사업’(화투)에 손을 대셨고, 빚을 크게 지셨습니다. 결국 아버지가 오랜 시간 땀과 눈물로 버신 돈을 몇 차례에 걸쳐 고스란히 갚는 데 쏟아 부어야 했지요. 이후로 부모님의 싸움은 잦아졌고 급기야 어머니가 집을 나가게 되었어요. 저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나의 방황은 시작되었죠. ‘도대체 나는 잘하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한 마음만 커졌습니다. 주말이면 술, 담배를 친구 이상으로 의지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한번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당혹감과 불안감으로 저도 모르게 집안에 들어가자마자 무릎을 꿇었어요. “너까지 그러면 어떡하냐.” 아버지의 한 마디가 제 마음을 쾅 때렸습니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담배를 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어요. 몇 개월간 산장 식당에서 일했다는 어머니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 마음에 남겨진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았죠. 그렇게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가정상황과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이후 10대 시절은 한숨으로 채색되어 갔고, 절망의 무게는 갈수록 더 무거워졌어요.

세계 여행을 통해 희망을 만났습니다
1055일 동안 몽골․중국․미국·쿠바․남미 등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길 위에서 300여 명의 천사들을 만났어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3가지만 알려 주십시오”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사람들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궁금함에서 시작된 희망여행은 왠지 우리와는 다를 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이 뜨거운 피가 흐르고, 뜨거운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어요. 이들의 빼곡한 희망 목록은 10대 시절부터 20대 초반까지 희망 없는 삶을 살던 저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명료하게 새겨주는 계기가 되었지요. 희망여행을 통해서 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에는 훨씬 더 믿을 만한, 선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우리와 다른 땅에서 살고 있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사람’이라 오해하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마음의 경계가 풀어지는 것. 제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요즘 어떤 희망을 갖고 있는지 얘기해볼까요.
작년 4월부터 하자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청소년들의 진로에 관련된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진짜 고민’과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과 같은 ‘희망’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죠. 청소년들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는, 자신의 희망에 대해 누군가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어요. 청소년들은 일방적인 조언보다는 친구로서 이야기를 들어주길 더 바라고 있죠. 그들은 쉽사리 답답함을 느끼고, 깊은 우울감에 빠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조언은 새살이 돋아나려는 순간 딱지를 떼어 내는 것처럼 역효과를 줄 수도 있어요.
“요즘 무슨 고민 있어?”라는 질문보다 “요즘 어떤 희망을 갖고 있어?”라는 질문을 서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희망이 현실과 동떨어진 꿈 같은 이야기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더라도 뭐 어떤가요. 그들에게 희망에 대해 질문하는 순간, 서로의 마음속에는 대화의 씨앗이 심어지고, 서로에게는 한 명의 친구가 생깁니다. 그들의 삶에 또 하나의 등불도 켜집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기적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희망여행을 한 후로 제 마음에 가장 분명하게 자리 잡은 생각은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고, 다른 이들도 서로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희망’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자전거를 매개로 다양한 창의적 도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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