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토크] 사람책 소개_ 김산하
[커리어토크] 사람책 소개_ 김산하
날짜
2011년 02월 02일
장소
하자




사람책이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김산하
동물연구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자바 긴팔원숭이를 쫓아다니며 살았습니다. 특정 원숭이를 선정해 그 원숭이가 먹고 배설하는 모습을 2년 간 관찰했고 그 속에서 원숭이 삶의 행태를 분석했어요. 이 경험을 하면서 나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의 무수한 생명들이 연결되어 서로의 삶을 부축이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일본과 독일, 인도네시아에서 영장류 연구를 했고, 지금은 서울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향해 관심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우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무서웠어요
10대 시절엔 멀쩡히 잘 지내던 친구들끼리 다른 학년으로 올라가면 다 헤어져야 할 때, 이사를 가거나 좋아하던 단골 문방구 가게가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바뀔 때, 가족들과 애완동물과 계속 같이 영원히 살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이런 일상의 변화를 인식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냥 토요일 날 오후에 햇살을 받으며 귀가하면서 오늘은 무얼 하면서 놀면 좋을까 생각하던 시절이 계속 지속되기만 바랐는데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의 분위기를 감당하기 힘들었고요. 또한 대학교 때 학교에 입학하면서 그전처럼 반도, 담임선생님도 없다는 게 참으로 싫었지요.

사랑하는 개를 위해서 선택한, 나의 길
저에겐 무척 사랑하던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름이 국희였습니다. 멋진 황금색 털의 코커스패니얼이었지요. 일본 영장류 연구소에 인턴으로 지내면서, 침팬지 인지 실험에 한창 참가하던 중이었습니다. 국희가 독성의 멜라닌이 든 사료를 먹어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이제 점점 살아갈 가망이 없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어요. 슬픔과 번민 속을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 유학할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안 그래도 실험실에 갇혀서 일하는 것도 못마땅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석사를 했던 예전 연구실로 다시 입학했습니다. 익숙한 곳이기도 했지만, 새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혼자서 맨 땅에 헤딩하며 연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한국 최초로 야생 영장류학을 전공하는 것도 모자라 그 기반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만 했지요. 그래도 한강에 재를 날려 보냈던 그날까지, 국희의 마지막 생을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동물을 연구하면서 삶이 특별해졌답니다
한때 평범한 직업을 꿈 꾼 적도, 그냥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게끔 살아보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연을 바라보고, 그곳에 살아보고, 동물들의 삶과 상태를 배우면서 좋은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내 터전으로 돌아와 그들의 삶에 눈을 감고 모른 척 살 수는 없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새롭고 창조적이고 고유한 의미가 있는 삶을 살 수 있게끔 제 자신도 변화하고 말았습니다. 보람과 희망의 싹은 그때 생겼고, 진정한 보람과 희망은 앞으로 연구하면서 실행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이제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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